나의 서른에게
29+1, 2017
감독 팽수혜
출연 주수나(임약군)
정흔의(황천락)
채한억
포기하기엔 어리고 도전하기엔 너무 커버린 스물아홉, 그리고, 반길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곧 서른.
뛰어난 커리어, 멋진 외모, 안정적인 직장, 오래된 남자친구를 가진 임약군. 그리고 10년 동안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며 파리 여행을 꿈꾸는 해맑은 황천락.
같은 나이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둘.
이 두 여성의 삶을 보여주며 서른 살의 따뜻하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영화였습니다.
우연한 계기로 황천락의 일기를 보며 알게 된 임약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꿈꾸며 사는 황천락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죠.
이 일을 계기로 임약군은 더 멋진 서른 살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게 됩니다.
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파리로 가는 꿈을 꾸며 살던 황천락은 유방암 3기라는 판정을 받고 당장 파리여행을 떠납니다.
더 멀리, 더 높이 보기 위해 말이죠.
영화 제목만 보고 꽂혀서 바로 보게 되었는데 제 나이와 맞게 느끼는 것이 많은 영화였습니다.
임약군과 황천락 중 누구와 더 가까운가 생각해보면 저는 둘 다 아닌 것 같아요. 회사에 일에 애착을 갖고 한 것도 아니고 또렷하게 좋아하는 일도 없었고요.
그래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.
20대 중반쯤, 인턴을 했었는데 그때 서른 살이 너무 궁금한 거에요.
그래서 그 회사 직원이었던 서른 살 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던 기억이나요.
저는 당연히 그 언니처럼 서른살이 되면 차도 있고, 백화점에서 옷도 사고, 밥값은 무조건 내가 내고, 금전적으로 아주 여유가 있을 줄 알았거든요.
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. 취업 준비할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별로 없더라고요. 아마 제가 꿈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.
그저 좋아 보이는 직장,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회사, 그런 거에만 의식하면서요.
물론 지금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은 못 하고요. 그래서 이룰 거 다 이뤄놓은 임약군에 더 마음이 가기도 했습니다. 제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뤘으니까요.
어찌 됐든 저도 결혼을 했고 안정적인 직장도 있습니다.
하지만 삼십대 초반이 된 지금, 더 나은 삶을 목표로 무엇이든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.
아니, 열심히 하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찾아보는 게 목표입니다.
다양하게 경험하고 느끼고,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쓰면서요.
그리고 황천락처럼 긍정적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. 뻔한 얘기지만요.
'웃으면 되는 거야 고민 있을 때 인상 쓴다고 해결되지 않잖아'
라는 황천락의 말을 새기면서요.
이 영화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가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.
이 나이대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.
저 처럼 서른 춘기를 맞이 한 분들께, 꼭 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.
모든 꿈의 시작은 0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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